Bongta      

선고(仙庫)

상학(相學) : 2016.09.24 18:34


천창지고(天倉地庫)


최근 내 글을 가져다 쓴 어떤 이와 잠시 스친 적이 있다.

그 분 블로그를 가보니 기천(幾千)을 넘는 글이 실려 있었다.

대부분 남의 글이다.

아, 글의 창고이구나 싶다.

그것도 대부분 명리(命理), 관상 따위의 글들이다.


거기 내 글도 대여섯 가져다 놓았는데,

모아 놓은 기천에 비하면 내 글은 홍로점설(紅爐點雪)이라,

붉게 달은 난로 속에 한 점 눈송이에 불과하다.

문제는 거기 아무리 많은 글을 모아놓았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닿겠는가 싶은 것이다.

통찰은 기대하지 않는다 하여도, 

반추(反芻)와 반성(反省)이 부재하다면,

도대체 저 산처럼 쌓인 게 재보(財寶)라한들 무슨 보탬이 될까 싶은 것이다.

구증(求證), 실천(實踐)은 등한히 하며,

애오라지 명리(名利)와 탐구(貪求)를 현시(顯示)함이 될 터이다.


새로운 가치, 이치를 발견치도 못하고, 내세울 주장이 없다고, 마냥 게으름을 피우느니,

차라리 수구(守舊)라 남의 글이라도 간탐(慳貪)스레 모으는 것이,

좀 더 나으리니, 

두어라, 더 이상 무엇을 탓하리.


하기사, 나 역시 상학(相學) 관련 자료를 개인 하드디스크에 산처럼 모아두지 않았던가?

아마 이것 평생을 다하여도 모두 다 읽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나는 이를 숨겨두고 혼자만 보지, 좌판에 늘어놓고 남을 꾀지는 않는다.

내 것이 아닌 데, 이로써 무엇을 도모하랴?


내가 상학(相學) 책을 소일 삼아 가끔 뒤적이지만,

국내 자료는 별반 참고를 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하니,

돌고 돌며, 베끼고 베낀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게 도무지 신뢰하기가 어렵다.

출처가 명기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일상이고,

설(說) 풀어놓은 것이 일개 개인의 주장에 불과하니 도무지 미덥지 않은 것이다.

설혹 그렇다한들, 면밀한 임상 관찰과 연구에 따른 체계적인 결론에 이른 것도 아니고,

그냥 사적인 경험, 그리고 그것도,

파편적, 일시적(temporary) 사태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는 것에 그치고 만다.

이것은 거의 잡기록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런 것은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좋지,

자치 잘못하다가는 진의와 멀어지며, 삿된 길로 빠지게 된다.

초보자의 경우 극히 조심할 일이다.  


글의 창고(倉庫).


이 말을 꺼내놓고 보니,

천창(天倉), 지고(地庫)가 불현듯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게 무엇인고 하니,

면상(面相) 용어로서,

아래 그림에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제 이를 선두 중심어로 두고,

글 흐름 따라 설렁설렁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面部宮位圖)


우리가 흔히 쓰는 창고(倉庫)가 여기선,

천창(天倉), 지고(地庫)로 나눠져 있다.


본디 창(倉)은 곡식 창고를 가리킨다.

穀藏也。

이 창(倉)은 방(方)형, 즉 사각형으로 지어지고,

둥글게 만들어진 것은 균(囷)이라 한다.


府、文書藏。庫、兵車藏。

문서를 보관하는 곳은 부(府)라 하고,

병차를 보관하는 곳은 고(庫)라 하는 것이다.

하니, 이는 곧 영어의 armory(무기고)에 당(當)한다 하겠다.


그런데 이게 어디 그리 한정되기만 하는가?

수레를 넣거나, 병기(兵器)를 넣다가도,

어느 날은 제물(祭物)을 보관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선 악기도 넣고, 

연회용 장비들을 넣어두기도 한다.

고(庫)가 본디 병차를 넣어두는 곳을 뜻하였으되,

쓰임과 의미가 확장되어,

종내는 물건을 넣어두는 집은 모두 고(庫)라 이르게 되었다.


법에 따라 건물을 지으면 일정 면적을 차고로 할애하여야 한다.

하지만 준공이 떨어지면, 

거기 여러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로 전용되기도 하며,

급기야 욕심이 동하면, 몰래 세를 놓아 점포로 바꾸기도 한다.

대저 물건은 쓰임에 따라 이름을 갖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심이 변하면, 제 이름을 잃기도 하고,

남의 이름을 빌어 제 살림을 꾸리기도 하는 것임이라.


면상(面相) 용어로는 천창(天倉), 지고(地庫) 외에도,

선고(仙庫)도 있고, 식창(食倉)과 녹창(祿倉)도 있다.

식창(食倉)과 녹창(祿倉)은 이름만 보아도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선고(仙庫)는 무슨 뜻이진 쉽게 유추하기 어렵다.


人中乃流通之洫。兩側即仙庫。又兩側即食祿二倉。至口角止。勻分五個部位。 

(公篤相法)


“인중은 물이 흐르는 봇도랑과 같다.

그 양측에 선고(仙庫)가 있고,

다시 그 양측에 식창(食倉)과 녹창(祿倉)이 있으며,

입 가장자리 즉 구각(口角)에 이른다.

이리 다섯 부위로 나뉜다.”


상법(相法)에 부위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흥분이 된다.

어찌 이리 이름을 잘 지어냈을까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어떤 작명(作名) 사연이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그 이름을 짓게 된 내력을 자세히 밝힌 문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신상철관도(神相鐵關刀)의 상기비결(相氣秘訣)을 보면 이런 말씀이 있다.


氣與色不同,色屬虛,氣屬實;氣從骨來,色從肉現;有色無氣不發,有氣無色終榮。


“기와 색은 같지 않다.

색은 허에 속하고,

기는 실에 속한다.

기는 골(骨)을 따라 오고,

색은 살을 따라 보인다.

색은 있으되 기가 없으면 펴지 못하고,

색은 없으되 기만 있으면, 번성함이 그치고 마지막으로 접어들게 된다.”


내가 이는 흥을 접지 못하고,

각방으로 그 내력을 추적하였으되,

마땅한 전고를 찾지 못하겠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름은 거죽으로 표출된 것이니 色에 당한다 하겠다.

그런즉 그 내밀한 실질 내용인 氣가 밝혀져 있지 않다한들,

色에 의지하여 추적은 해볼 수 있다.

하여 화투 패 맞추듯 이리저리 궁리를 틀며 즐기곤 한다.


선고(仙庫)에서 선(仙)은 도대체 어찌하여 창고 앞에 수식이 되고 있는가?

기실 성(星), 관(官), 선(仙)은 인간 바깥에서,

인간의 명운을 관장하는 존재 또는 그 위력을 뜻할 때 흔히 차용된다.

가령 복록수삼성(福祿壽三星) 즉

福星, 祿星, 壽星의 경우 여기 성(星)은 단순 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위신력(威神力)을 가진 신적인 존재를 지칭한다.

하니까 별처럼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물체를 빌어,

그들이 福祿壽처럼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가치를 주재한다고 가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성(三星)의 별은 단순한 별이 아니라,

커다란 위신력을 지닌 신적 존재가 된다.

이는 순수 도가(道家)의 존재론적 우주관의 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게 유가(儒家)에 습합(習合)되면 성군(星君)으로 변모되기도 한다.

또한 天官, 地官 따위로 변칭(變稱)되기도 하는 것이다.


君은 임금이고, 

官은 관청, 관리를 뜻한다.

고대 君이나 官은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인민들의 명운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었으니,

이들 이름이 어찌 신과 같은 반열로 오르지 않겠음인가?


선(仙) 역시 도가의 신선을 뜻하니,

인간계 밖에서 인간세를 주재하는 위신력의 존재이다.


그런데, 이것 말이다.

이것만으로 그칠까?


仙.佛.聖.賢


더 진화하면 佛.聖.賢 이런 말을 차용하여 더욱 위광(威光)을 더하고도 말 것이다.

  (※. 여기 仙.佛.聖.賢은 각기 다른 위격을 갖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설명은 이 자리에선 번거로와지는즉 더는 다루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도 보면 이 짓을 일삼고 있다.

어떤 상품이 처음에 ooo으로 출시되었는데,

이게 시간이 흐르자 ooo-plus, ooo-gold, 나노 ooo으로 거죽 이름만 바뀌며 나툰다.

별반 상품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이름만큼은 아찔할 정도로 현란하니 요란을 떨며 수시로 바뀐다.

본태는 다름없으되,

연지, 곤지 찍고,
보톡스 찔러 넣으며,

뭇 사내를 후리는 계집을 방불하고 있는 것이다.


대추-왕대추-대왕대추-슈퍼대추-슈퍼왕대추 따위로 진화하고 있는 상품명들.

특히 요즘 과실 묘목 시장은 슈퍼나 왕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팔리질 않는다.

매실, 오디는 물론 이젠 오이, 고추도 무지막지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나는 이런 글자가 들어간 것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저것들은 다 괴물이다.

모두 다 엉터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 참고 글 : ☞ 2013/09/16 - [소요유] - 슈퍼호박 단상(斷想))


그런즉 이제 다시 돌아서자.

선고(仙庫)란 용어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즉 운명으로 지어진 재복(財福)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앞에 인용하였던 구절을 다시금 가져다 놓고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人中乃流通之洫。兩側即仙庫。又兩側即食祿二倉。至口角止。勻分五個部位。 

(公篤相法)


“인중은 물이 흐르는 봇도랑과 같다.

그 양측에 선고(仙庫)가 있고,

다시 그 양측에 식창(食倉)과 녹창(祿倉)이 있으며,

입 가장자리 즉 구각(口角)에 이른다.

이리 다섯 부위로 나뉜다.”

 

잠깐 먼저 살펴둘 것이 있다.


蘭台(左鼻孔), 廷尉(右鼻孔)

난대는 왼쪽 콧구멍 전부를, 정위는 오른쪽 콧구멍 전체를 말하며,

이 둘은 한데 정조(井灶=井竈)라 부르기도 한다.

정조란 우물과 부뚜막을 가리킨다.


부뚜막은 외부로 열려 있어 기를 받아들이지만,

불기운이 밖으로 새면, 방구들을 덥힐 수 없다.

그러므로 적당히 오므려져 불기운을 잡아둘 수 있어야 한다.

如露而不收。

如薄弱不收。

밖으로 노출되거나 얇으면 이를 거둘 수 없는 이치라,

콧구멍이 열린 소위 들창코를 꺼리는 바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

인중(人中)은 소위 사독(四瀆)의 하나로,

이달(利達), 소통(疏通)이 잘 되어야 한다.

그래서 상서에 이르길 人中爲交通之官。이라 한다.


봇도랑으로 물이 잘 흐르면 좌우 곡창지대에 물을 풍부히 공급할 수 있다.

좌우 선고(仙庫), 식창(食倉), 녹창(祿倉)은 그래서 인중을 중심으로,

식록(食祿)의 창고를 채운다.


내 이제까지 정작 천창(天倉), 지고(地庫), 선고(仙庫)에 대한 관상학적 내용은 다루지 않고,

그 변죽만 이야기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실인즉 이는 의도한 바이니,

이런 따위는 서책만 뒤져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적 내용이 아니라,

아까 말한 色이 아니라, 氣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숨어 있는 내밀한 기원(基源)을 알려면,

이런 기초를 오래도록 잘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公篤相法에 나오는 말씀을 적어두는 것으로 면을 세우며,

구름 빗긴 달처럼, 이 자리를 스르렁 지나쳐 나오고자 한다.


二.天倉豐隆為前業之正部。關乎祖業之餘澤也。故天倉豐隆寬厚。為前業有餘。如南嶽高起而突。則為貴裔之後也。此為富之二也。


六.地庫豐隆為財星之正部。主晚年之財富。而有晚年豐足衣祿及進田宅。而遺身後之業。或為子女之恢宏以立其大業也。此為富之六也。


七.仙庫豐正為財星之正部。此主半享受貴子女之進田宅。而得晚年之遂心。此為富之七也。

(公篤相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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